2022년 2월 1일 오후 6시 20분부터 방송된 KBS2의 음악 버라이어티 「조선 팝 어게인 송가인」은, 트로트 가수 송가인이 설을 맞이해 준비한 단독 쇼로 시선을 모았다. 범띠 송가인이 임인년을 맞아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힘찬 새해가 되기를 바라며 마련한 특별한 국악 콘서트의 묘미가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국악뿐만 아니라 트로트를 포함해 국악의 새로운 편곡으로 완성된 크로스오버 무대까지 볼 수 있어 자극적이었다. 그리고 송가인과 소리꾼들이 마주하도록 도와준 공연의 아우라가 감탄을 자아냈다.
박금희 명창
공연의 오프닝은 트로트 가수 송가인과 소리꾼 김준수의 판소리 스승 박금희 명창, 그리고 이날 ‘봄이 내려와’가 흥겨운 국악축제의 길을 안내하며 화려한 서막을 알렸다. 연희점추리, 놀이꾼, 샘도네기, 세종최현승전통예술단, 방세상’s 아이들이 가득한 무대 속에서 송가인이 등장해 호기심을 극대화시켰다.
이와 함께 찬란한 부채춤이 돋보였던 가인화 속에서 샛노란 저고리와 붉은 치마의 아름다운 한복을 입은 송가인이 활짝 핀 연꽃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도 인상 깊었다.
몽룡(김준수) 방자(신승태)
춘향으로 변신한 송가인은 오작교에서 본 적이 있어 잘생긴 미남을 다시 만나기로 했다며 그네를 타면서도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남원 제일의 미남 이도령이 춘향을 향해 걸어가면서 춘향가 중 사랑가를 눈앞에서 만날 수 있었다.
소리꾼 김준수가 이몽룡으로 나타나 반가웠고 정화도 하고 업고 놀자며 구성된 리듬을 빼고 눈과 귀가 즐거웠다. JTBC 음악예능 풍류대장 이후 TV로 보게 된 게 처음이라 행복했다. 그런 의미에서 마치 새해 선물 같은 중수몽룡이었다고나 할까 +_+
2021 KBS 국악대상 대상 탄 것도 축하해!
박금희 명창의 제자 2명이 같은 무대에서 판소리를 열창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어 무척 기뻤다. 가인 춘향과 몽룡의 콤비네이션은 말할 것도 없다. 업고 노는 장면조차 풋풋하고 귀엽기만 했다. 준수, 몽룡의 보조개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들이 내는 소리는 프로페셔널함 그 자체여서 다시 반해 버렸다.
네 명의 소리꾼이 한복을 입고 신사철가와 사투리를 계속 부르는 순간도 감명을 받았다. 이런 이유로 윤석영 송가인 조문주 서진실의 개성 넘치는 소리도 귀에 못이 박혔다. 서진실의 경우 <풍류대장> 참가자들 가운데 밴드 AUX(옥스)의 보컬로 만난 적이 있어 역시 눈이 어두웠다. 덧붙여서 송가인은 심사위원이었다.
그리고 송가인의 가족단위 공연도 주목할 만하다. 심청가 인당수가 빠진 곳 다음으로 열린 진도씻기 의식은 아버지 심봉사를 위해 인당수 제사에 뛰어든 심청이를 위로하는 의미를 담는 동시에 산 사람을 돌보는 제석신을 모시고 모두의 회복과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 준비한 무대라고 한다. 이어 마주하게 된 진도 씻기굿 긴 길을 깨끗이 닦고 극락왕생을 비는 긴 길을 국악관현악으로 편곡해 사람들이 삶의 매듭과 고비를 풀고 새롭게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녹였다는 데서 흥미로웠다.
송가인의 어머니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진도씻기놀이 전승교육사인 송승단과 우리소리버지 멤버 중 송가인의 형으로 알려진 아쟁 연주자 조성재의 위상이 남달랐다. 진도씻기굿장에서는 송가인의 모습도 포착돼 이로 인한 몰입감도 대단했다. 게다가 쉽게 볼 수 없는 무대라는 점에서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음을 밝힌다.
2022 설 특집 버라이어티 ‘조선팝어게인 송가인’은 다양한 무대장치와 연출을 선보이며 예상을 뛰어넘는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무대 전체를 바다로 만들어 버린 심청가 인수의 빠지는 부분, 모아리랑을 부르기 전 송가인이 타고 온 가마의 비주얼, 심청가 추월만정으로 심황후가 된 송가인이 궁궐 마당으로 오는 동안 몸을 맡긴 교통수단의 규모도 대단했다.
심청가 중 심봉사 눈을 뜨는 부분에서 심봉사 역을 맡은 남상일의 열연도 멋졌다. 그를 만나 깨어나는 장면에서는 조명 활용까지 탁월해 이로 인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었다.
덕분에 공연장에서 관람한 뮤지컬 무대 못지않은 스케일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세상즈의 아이들과 송가인의 조카들이 꾸민 ‘곤란하네’도 즐거움을 전했다. 거북 등딱지를 어깨에 멘 아이와 토끼 탈을 쓴 아이가 송가인의 조카들이었다.
판소리와 창극 위주로 구성된 전통 국악 무대에 이어 트로트와 국악의 만남도 준비되어 있어 이 점도 뜻깊었다. 예능 <조선팝 어게인 송가인>을 통해 송가인의 다재다능함을 알게 되어 즐거워졌다.
창작 국악의 매력이 돋보인 뱃길 속 송가인의 가창력도 최고였다. 애틋함이 묻어나는 어미 아리랑도 마찬가지다.
‘거문고야’는 19명의 거문고 연주자들이 무대를 가득 메운 것으로 웅장함이 충분해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국악과 트로트의 완벽한 협업을 일깨워주는 곡이기도 해서 강렬한 여운이 남았다. 내 청춘이 가지 못하게 여섯 줄을 건너라라는 가사도 입에 붙었다.
유희스카 편곡으로 완성된 비나리에서는 꽹과리를 치는 송가인도 만나 의미가 있었다. 자메이카 음악인 스카와 국악의 조화가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유희 스카와 송가인의 합동공연도 행복을 선사했다. 흥겨운 노래 속에서 만사 대길하고 소원의 성취를 빌어주던 순간도 감동을 주었다.
송가인과 퓨전국악밴드 악스(AUX)가 만든 박타령도 귀를 즐겁게 했다. 풍류대장 이후 오랜만에 보는 진의 공연도 말이 필요 없을 만큼 완벽했지만 속사포로 쏟아지는 소리의 향연에서 전해지는 소리꾼의 실력은 환상적이었다.
행복하라고 2022년 대박을 외치는 모습도 좋은 에너지를 얻게 돼 만족했다. 더불어 ‘조선팝어게인 송가인’에서 새로운 무대가 열릴 때마다 전체 출연자의 이름을 자막으로 표기해 주었던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이날 마지막 곡은 오크스의 편곡으로 탄생한 ‘전국 팔도 아리랑’이었다. 7명의 소리꾼들이 각자 맡은 부분에서 각각의 가창력에서 놀라운 무대 장악력을 보여줘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청하게 됐다.
이 와중에 소리꾼 김준수의 독창은 기념으로 두 컷 정도 또박또박 남겼다. 산뜻한 오렌지색 두루마기 한복을 멋지게 소화해내 더욱 눈부신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 분명했다.
2022 설 특집 <조선팝아게인 송가인>을 통해 자신의 뿌리인 국악은 물론 트로트를 비롯한 다양한 음악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송가인의 탁월함이 돋보였다. 덕분에 다시 국악에 깊이 젖어 유쾌했다.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면서 여전히 국악에 힘을 실어주며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송가인의 향후 행보를 응원한다. 송가인이 인기의 이유를 제대로 실감하게 해준 방송의 위력이 마음을 울린 하루였던 것도 인정한다.
앞으로도 좋은 노래와 방송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